돌아보기-回顧
210111 - 생각을 비웠던 날 본문
유난히 추웠던 오늘 아침부터 특강의 두번째 날이 시작되었다.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순간이 무거웠고, 눈꺼풀도 한층 더 무거운 날이었다.
“그냥 가지 말까?”
“안 가도 되는거 아닌가?”
두 악마의 질문을 껌씹듯 무시하고 간 교실 안에는 그림들이 널려있었고, 부모님보다 자주 보는것 같은 사람이 나에게 인사를 건넸었다.
학원의 첫 시간엔 완성 못한 어제의 그림을 완성시켰다. 어려운 것도 아닌 단순한 형태였지만, 비극은 여기서 시발점을 맺었다.


위의 사진이 오늘 완성한 그림이고, 밑 그림은 1학년 여름즈음에 그렸던 그림이다. 물론 일반 인문계/자연계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만큼은 그 어느 사람이라도 안다.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인것 같은데?
문득 떠올랐다. 누구보다 열심히 그림을 채우던 1년 반 전과는 완전히 다른 식어버린 열정만이 내 그림을 채우고 있더는 것을.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한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신적 피로로 거지게 되는 자기혐오와 직무 거부 증세를 뜻한다.
확실히 다름이 느껴졌다. 예전과는 달리 식어버린 열정을 보면서, 내가 그림을 과연 좋아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샘솟듯 솟아올랐다.
무엇보다 후회되는 점은, 왜 그동안 알지 못했는가 이다.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더 나아졌을 텐데.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제 친한 동생에게 조언했던 말이 떠올랐다. 남에게 보여주기보다는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자고.
이제부턴 다르게 행동해볼 예정이다. 남에게 보여주는 그림이 아닌, 내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림이 되어야겠다고.
대강 그렇게 생각하던 말을 마친다. 또한 비운다. 부정을 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이 있으므로. 또한 감정을 비움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성이 있으므로.
추신)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저걸 저대로 두고오냐;